다시 써야할 한강노벨수상자의 문제작
김차웅 글
장수수
승인
2024.12.0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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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써야할 한강노벨수상자의 문제작
해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2024년도엔 대한민국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을지, 받는다면 누가 해당이 될지 문인의 한사람으로서 관심 있게 지켜봤다. 그러던 차에 한강작가가 그 기대의 주인공이 됐다. 노벨문학상에 목말라 했던 우리로선 빅뉴스지만 중진이라 할 수 있는 원로작가들이 매년 후보자로 거론되던 상황이고 보면 이외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수상자의 이름이 하필 한강이어서 그런지 그녀를 두고 ‘제2 한강의 기적’이란 감회에 찬 말까지 나왔다.
한강작가에 대해 사람들은 대체로 대한민국의 문학적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며 환호하는 입장이다. 나로서도 그녀가 대단한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얘기에 귀를 기우려본다. 한강작가의 문학적인 특성은 시적 표현과 서정적인 문체라는데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문장은 섬세하고 아름다우며 전통적인 서사 구조를 벗어나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는 등 현대문학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가하면 인간의 내면을 깊이 탐구하는데 주력하고 있고 인간이 겪는 고통과 상처 그리고 그로부터의 치유과정을 다루는 등 이를 통해 인간존재의 복잡성과 깊이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본질과 사회적 현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강작가의 노벨상은 좌파성향의 색채가 강한 그런 이데올로기 위에서 태어났다며 뒷말이 많은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일부 보수우파들은 한강작가의 노벨상에 대해 비판적이다. 왜 그럴까. 한강의 작품이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역사왜곡이라며 몰아세우고 있다는데서 엿볼 수가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녀의 작품이 다루는 역사적인 사건, 즉 광주 5.18민주화운동과 제주 4.3사건에 대한 내용이 불편하게 다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역사적 사건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그녀의 수상소식과 작품의 문학성을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그녀의 수상으로 대한민국의 역사는 만신창이가 됐다고 말하는가하면 어느 한쪽도 치우치지 않고 진짜 객관적 판단만으로 글을 쓰거나 거짓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사람에게 상을 줘야지 작품성만 따진다면 할 말이 없다고도 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상이란 작가가 추구하는 가치관이 인류의 이상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줘지는데 이들 작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지식인은 우선은 노벨상이라 하여 세계인이 열광하지만 읽은 담엔 대한민국 전체를 멸시한다고 꼬집고 있다. 특히 유해 도서로 지정되기도 했던 ‘채식주의자’만 해도 그렇다. 아무리 헌법에 표현의 자유가 허용돼있다 해도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글을 함부로 쓸 수는 없는 것이어서 그녀의 작품을 두고 질타의 목소리가 높다.
한강작가는 노벨상을 수상함으로써 세계적인 인물이 됐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보수의 입장이 뭣인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탓에 그녀는 보수적인 독자층과 잘 소통하고 그들을 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한다. 작가가 상 타고 욕을 듣는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이 점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작가가 진영논리의 대변인은 아니나 이념을 넘어설 수 있도록 할 필요는 있다. 작가가 그런 종류의 책을 썼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시대에 따라 우가 우위일 수도 있고 좌가 우위일 수도 있으나 문학을 다루면서 그 내용이 극우나 극좌가 돼선 안 된다. 이념도 적당해야지 한쪽으로 치우치다 보면 상대진영의 비난을 받게 돼있다. 과유불급이 문제이다.
어쨌거나 노벨상은 그녀에게 줘졌다. 작가의 성향에 문제점이 있다하여 스웨덴의 한림원이 상을 취소할 수가 있겠는가. 그들의 위신 때문에 취소는 더더욱 어렵다. 상의 반납은 오로지 수상자의 몫이라 할 수 있다. 한강작가는 반대편에 선 사람들의 입장이 있고 보면 역사왜곡에 대한 치유책은 있어야한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강작가가 문학으로 성공은 했다 해도 이념적인 극복은 하지 못했다. 그러기 위해선 자기 스스로 좌우를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을 써야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한강작가로선 상 받은 것만으로 끝나선 안 될 것이다.
역사왜곡의 비판을 받고 있는 한강작가가 침묵하면 존경받는 참다운 문학인이 될 수 없다. 한강작가는 이념을 초월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작가가 쓴 작품이 노벨상을 받기는 했지만 여기에 안주하는 한 진영 간의 갈등은 좀체 해소되기 어렵다. 역사왜곡의 문제는 두고두고 고개를 내밀 것이기 때문에 작가는 작가로서의 문학적 책임만은 통감해야한다. 작가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하면 될까. 기존의 작품에 대해 개정판을 내놓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물론 이 문제는 어렵긴 하나 작가로서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내가 그녀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은 것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서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 철저한 사실 확인을 하고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수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작품도 신이 아닌 이상 완벽은 없다. 역사적인 문학은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기 마련이다. 긍정적인 면이 있는가하면 부정적인 면도 있다. 단점이 있어도 그 속에 있는 장점을 볼 줄 알아야하듯 장점이 있어도 그 속에 있는 단점을 볼 줄 알아야한다. 원작에서 다루지 못했던 추가적인 내용도 있을 것이고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원작에서 발견된 오류나 불명확한 부분을 수정함으로써 완성도가 높고 더 좋은 작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데 한강작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거듭 말하지만 한강작가는 도덕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현재에서 머문다면 보수층과 후대들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한강작가가 진정한 국민적인 작가가 되기 위해선 하루빨리 좌파의 아이콘이란 불명예에서 벗어나야한다. 상을 받았으니 작품에 대해 ‘나 몰라라’하는 식이 될 경우, 작가로서의 품위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작가의 맘가짐이다. 작가이기 때문에 자기가 뿌린 씨앗은 자기가 거두는 것이 맞지 않을까. 진정한 작가는 주관에만 몰입하기보다 객관성이 우위임을 생각하고 자신을 추스를 필요가 있다. 이런 입장을 고수한다면 한강작가는 노벨수상자로서 성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 김차웅 : (전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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